어제 오전 동아엘텍과 선익시스템을 이끌고 계시는 박재규 회장님을 무역센터에 위치한 자회사 디에이밸류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서 만나 뵈었습니다. 중견련 회의나 행사에서 뵐 때는 늘 조용하고 점잖은 모습이셨지만, 기업과 기술 이야기를 시작하시는 순간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눈빛이 바뀌는 모습은 마치 다른 분을 뵙는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선익시스템을 디스플레이 장비 분야의 'ASML'로 부르고 있습니다. OLED 증착기 기술을 중심으로 독보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OLED 제조의 핵심 장비인 증착기는 마스크와 기판을 정밀하게 정렬하는 얼라인(align) 기술이 중요한데, 선익시스템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에는 8.6세대 OLED 증착기 상용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는 일본조차 아직 상용화하지 못한 기술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여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큽니다.
선익시스템은 2024년 연매출 1,129억 원, 영업이익 79.1억 원을 기록하였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약 81% 증가하였고, 영업이익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수출도 본격화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정부와 수요 대기업을 향한 아쉬움도 솔직히 전하셨습니다.
"과거 일본의 수출규제 시기에는 소부장 국산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활발했지만, 최근에는 정책적 관심이 줄어든 것 같아 많이 아쉽다."
"국내 수요기업들이 소부장 기업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더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뛰어난 장비와 부품 없이 뛰어난 완성품이 나올 수 없다."
박 회장님께서는 산업화 1세대 기업인으로서 깊고 단단한 경영 철학, 어찌 보면 인생 철학을 보여주셨습니다.
"우리 세대의 성장과정은 운칠복삼이라 할 수 있지만, 산업화 시대의 치열한 환경 속 절박함과 간절함이 오늘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세상은 결코 생각대로 흐르지 않는다. 나무가 뿌리를 깊이 내려야 가지에서 좋은 열매를 맺듯, 기업도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과로 이어진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느끼는 지금, 다양한 신사업에 대한 고민도 깊이하고 계십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과의 협력, 인수합병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며, 미래 먹거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함께 나누어 주셨습니다.
기업 승계에 대한 고민에서도 예외는 아니셨습니다. 승계는 단순한 자산 이전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 원칙과 철학의 계승이라는 점을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부의 대물림'이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경영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더 큰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현재 박재규 회장님께서는 중견련 부회장과 디스플레이협회 부회장직을 수행하고 계십니다. 얼마 전까지는 코스닥협회 부회장직도 함께 맡으시며 대외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해 오셨습니다. 어제 아침에도 디스플레이 관련 공식 행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주셨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주시고 한 시간을 훌쩍 넘겨 좋은 말씀을 들려주신 박 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