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경하는 중견기업인 여러분,
丙午年 첫 번째 해가 떠올랐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새해 아침이지만, 어느 때보다 깊은 안도와 벅찬 희망을 느낍니다. 모두 같은 심정이시리라 생각합니다. 깊이 숙여 큰절을 올립니다.
절망으로 시작된 일 년이었습니다. 계엄의 혼란을 극복하고 정국 안정을 회복하는 내내 불안과 두려움을 떨치기 어려웠지만, 빠르게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세워 낸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저력은 위대했습니다. 모든 국민이 한뜻으로 힘을 모아 절망의 나락을 건넜습니다.
내로라하는 굴지의 선진국들이 안절부절하는 동안, 우리 정부는 유일무이하게 고결하고 당당한 자세로 글로벌 무역 통상 질서를 일거에 뒤엎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맞서 국익 최우선 실용외교를 통해 성공적으로 통상·안보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고, 기술의 최첨단을 돌파하기 위해 인생을 바친 수많은 기업인의 헌신, 우리 산업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든든히 뒤를 받쳤음은 물론입니다.
세계가 주목한 경주 APEC의 어느 저녁, 조지아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비자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혈맹으로서 상호 관계의 올바른 규범을 세워야 한다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에게 말할 때, 저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오래 같은 고민을 나눠 온 모든 선후배 기업인들, 공장에서 소주잔을 부딪치던 노동자들과 함께였습니다. 지난 12월 주한미국대사관에 한국의 대미 투자기업을 위한 전용 비자 창구가 개설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높아진 우리 공동체의 위상과 자긍심 덕분이라고 믿습니다.
중견기업인 여러분,
2026년 丙午年은 대한민국 대전환의 첫 장이 될 것입니다.
계엄을 넘어, 통상·안보 위기를 보란 듯이 돌파한 국민적 에너지가 더 활기 있게 흘러넘치도록 해야 합니다. 성장잠재력을 되살려 안정적인 발전의 전망을 확보함으로써 경제 재도약의 강고한 토대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코스피 활황과 수출 회복의 낭보를 지속가능한 산업 펀더멘털의 강화로 연결해야 합니다.
변화한 글로벌 경제 환경 아래, 민관의 협력은 더이상 선택이 아닙니다. 국부 창출의 핵심인 기업의 활력을 극대화할 법·제도·정책 패러다임 혁신을 위한 합리적인 합의를 형성해야 합니다. 건강한 산업생태계에 터잡은 기업의 전향적인 도전을 이끌고, 성장사다리의 원활한 작동을 한층 강화해야 합니다. 자본과 노동을 구분해 갈등을 유발하는 왜곡된 인식의 틀을 벗어나 노사 상생의 발전적 경로를 확대하는 한편, 활발한 자본의 환류를 통해 보다 풍요로운 민생의 근간을 다독여야 할 것입니다.
기업의 자율적 협력에 따른 산업 전반의 그레이트 리어레인지먼트를 서둘러야 합니다. 분야별, 업종별 대표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모든 기업의 발전 단계에 걸맞은 실천의 방식을 구현해야 합니다. 대기업은 대기업에,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또한 그 역량과 경제·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나름의 거점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몸이 커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분별하게 시장에서 몰아내거나, 혁신 없는 독점적 지위를 무한적 유지하는 방식 모두 옳지 않습니다. 이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소비자 편익을 동시에 잠식하는 패착입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의 원리를 확립하되, 하나의 영역에서 불필요하게 과열된 경쟁으로 이 작은 나라의 자원이 하릴없이 소실되는 일을 막아야 합니다.
정부가 역점 추진하는 AX를 통해 효율적인 사업 재편을 지원, 산업 저변의 다양성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반도의 좁은 틈바구니를 주름잡는 대마불사의 구시대적 신화를 타개하고, 특등 사수로만 구성한 무적함대를 힘차게 출항시켜야 합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유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입니다.
중견기업인 여러분,
지난 대선 이후, 불안정한 정국과 미국 관세 정책의 혼돈 속에서도 중견기업의 37.2%가 하반기 투자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전년 동기와 대비해도 12.2%p 증가한 규모입니다. 이 중 79.9%의 중견기업은 상반기 대비 투자를 유지하거나 더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지만 44.0%의 중견기업이 하반기 고용 계획을 밝혔습니다. 불굴의 기업가정신을 여실히 확인시킨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해, 중견기업계를 대변하는 과분한 책무를 두 번째 부여받았습니다. 이뤄진 것은 모두 동료 중견기업인들의 성취요, 부족한 과제는 온전히 저의 부족함 탓이라 배전의 노력을 기하라는 질정으로 감히 수용했습니다. 중견기업의 발전은 물론, 이를 통해 대한민국 산업 전체의 질적 성장을 뒷받침해야 하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특유의 역할은 버거운 것이었지만, 물심양면의 응원과 격려로 매일을 간신히 그려냈음을 고백합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구상한 국정기획위원회에 '회복과 성장을 위한 중견기업계 정책 제언'을 전달하고, 중견기업 성장을 견인할 법·제도·정책 환경 조성을 위해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국회와의 소통을 강화했습니다. 산업통상부, 고용노동부 등 유관 부처와의 소통을 확대해 중견기업 정책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한미 통상·안보 협상 타결, 상법 및 노동조합법 개정 등 주요 경제·사회·정치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금융·고용·수출·투자·ESG 경영·AX 등 전방위 분야 조사·분석을 통해 중견기업 정책 혁신의 논거를 강화하는 한편, 중남미, 유라시아, 인도 등 많은 국가와 협력 채널을 구축함으로써 미국과 중국의 듀얼 폴라 시대를 넘어설 효과적인 전략을 모색했습니다. 역대 최대 구직자가 참가한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좋은 일자리의 요람으로서 중견기업의 경제·사회적 가치를 재확인하고, 영남 지역 산불과 전국 집중 호우 피해 복구를 위해 중견기업계 특별 성금을 조성했습니다.
중견기업인 여러분,
경제가 무너지면 공동체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미래세대에 대한 책무를 잊은 사회에 내일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감히 보다 많은 참여와 연대를 청하는 까닭입니다.
정부가 천명한 '진짜 성장'의 주역은 다름 아닌 중견기업입니다. 중견기업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앞세워 전통 제조업은 물론, K-반도체, K-방산, K-바이오, K-뷰티, K-푸드, K-콘텐츠 등 세계가 열광하는 우리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착실히 다져왔습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공급망 불안정, 고금리와 고환율, 범인류적 과제로서 기후·환경 위기, 공동체의 존속을 위협하는 저출생·고령화의 불안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더 열심히 일하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적극적인 R&D 투자와 해외 시장 개척, 전통과 첨단을 아우르는 기술 경쟁력 제고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으로서 마땅한 소명을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중견기업의 성장은 국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많은 중소기업의 진로를 확장합니다. 글로벌 전문기업인 중견기업의 오늘과 내일은 연속적인 흐름으로서 성장사다리가 원활하게 작동한다는 분명한 징표입니다. 머뭇거릴 여유는 없습니다.
또 다른 일 년, 중견기업의 총의를 현실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영 부담을 획기적으로 완화할 수 있도록 정부, 국회와 더욱 긴밀히 소통하겠습니다. 기업에 대한 합리적 인식을 확산함으로써 평생의 노고를 자긍할 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중견련 회원사는 물론 중견기업계 전체를 아우르는 교류·협력의 거점으로서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 발전을 촉진할 실효적인 방안을 더불어 숙의하고,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아가겠습니다. 가깝게는 미국과의 인베스트먼트 커미티에 기업계 참여를 관철해 현장의 실질적인 수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 넒고 깊게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미래를 여는 첫해, 더 큰 성취와 건승을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6년 1월 1일
丙午年 새벽, 옷깃을 여미며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최 진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