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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세계 경제 전망과 중견기업을 위한 시사점

 


 

지난 5년 동안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위기, 공급망 분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그리고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이르기까지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위험 요인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정적인 거시경제 환경에 기반한 경제활동을 염원하는 개인과 기업, 이처럼 오래도록 정부의 우려가 지속되는 경우를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몇 번이나 있었는지 회고해 볼 수밖에 없다.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은 기초 체력이 소진되어 있는 상태다. 성장동력은 약하고, 회복력은 떨어졌으며 하방 위험은 커져 있다. 회복과 성장의 모멘텀을 찾아야 하지만 글로벌 정책 공조는 파편화돼 있고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해 세계 경제가 비협조 게임의 나쁜 균형으로 수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2023년 11월 발간한 ‘2024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2024년의 세계 경제 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2023년 성장률 전망인 3.0% 대비 0.2%p 낮은 수준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기관들의 세계 전망 수치는 2023년에 대해서는 전망 시점이 가까워 올수록 상향 조정된 반면, 2024년에는 하향 조정되고 있다. 향후 회복세 둔화 판단의 기저에는 고금리 하의 부채부담, 근원 인플레이션의 경직성에 따른 통화정책 전환 시점 불투명, 전쟁 장기화와 확전 같은 지정학 리스크, 중국 경제의 중장기적 성장둔화와 세계경제 기여도 축소 등 부정적 요인들이 깔려 있다. 요약하자면 2024년 세계 경제는 그간 필요한 여력을 모두 당겨쓴 가운데 성장이 압박을 받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이번 전망에서 제시한 키워드인 ‘당겨쓴 여력, 압박 받는 성장’에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국에서 저금리와 확장적 재정 지출로 대응해 크게 늘어난 정부와 가계, 기업의 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했던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나,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기도 전에 발생한 유가 충격과 물가 상승, 고금리 상황이 세계 경제를 다시금 힘들게 했다. 또한 저금리를 핑계로 미래로부터 당겨온 막대한 빚이 고금리와 결합하면서 소비와 투자, 지출을 묶어 결국 성장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 성장률에 대한 상방 요인보다 하방 요인이 더 부각되는 가운데, 세 가지의 리스크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 경제의 중장기 저성장 경로 진입 가능성이다. 지금까지 중국 경제는 정부의 성장 목표치를 비교적 잘 따라왔고, 해외직접투자 유입을 통한 글로벌 생산기지화로 세계 경제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주요 경제 위기가 있을 때마다 성장률이 한 단계씩 하향하는 가운데 구조적 취약점이 집약되어 있는 부동산 등으로 인해 성장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의 부채를 떠안기로 하면서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다소 불식되고 있지만, 구조개혁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중장기적 성장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거기에 생산성 저하, 빈부격차 확대, 인구 고령화 및 출산율 하락 등의 여타 구조적 요인들과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경제에 대한 견제, 해외직접투자 감소까지 난제들도 산적해 있다.

 

둘째, 고부채와 고금리의 이중 작용에 따른 성장 저하 우려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한 고금리 시대가 기존의 부채 부담을 더욱 늘리고 있다. 부채가 질서있게 축소되면 좋겠으나 그 과정에서 소비와 투자 등 경제활동의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부채가 매우 빠르게 늘어난 국가들과 공공, 가계, 기업 중 두 부문 이상에서의 부채 부담이 높은 국가들을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국에서는 이자보상배율이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이 높은 한계 기업과 가계의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셋째, 지정학적 충돌 악화와 추가적 공급 충격 가능성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분쟁이 발발했다. 전자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면 후자는 진행 상황을 아직 예단하기 힘들다.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고 있지만 후자의 경우 원유의 주요 생산지인 중동에서 발생한 전쟁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매우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2022년 상반기 동안 겪었던 유가 충격을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확전 등으로 또 한 번 겪게 된다면 세계 경제는 다시금 큰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

 

세계 경제는 이처럼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중견기업 입장에서도 다양한 경영목표에 대한 종합적인 사고가 매우 긴요한 시점이 되었다.

 

우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성장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부채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높은 부채와 고금리 환경에서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현금 흐름을 신중하게 모니터링해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재무 구조를 재평가하고 적절한 부채 축소 전략을 수립하여 기업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는 지정학적 충돌과 공급망 분화와 같은 국제적 리스크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다양한 지역과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다변한 수익원을 찾고,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즉각적이고 유연한 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경영진과 조직 전체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 경제의 둔화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의 집중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무형자산 투자와 디지털화에 주력해 효율성을 높이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산업 구조와 산업 육성 목표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며, 지속 가능성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틀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가 요구된다.